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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폐기차역 여행지 소개 : 양원역, 승부역, 철암역

by damyul 2025. 5. 21.

철암역과 관련된 사진

속도와 연결을 상징하는 기차역, 하지만 더는 기차가 멈추지 않은 '폐역'은 오히려 시간이 멈춘 듯한 정적 속에서 특별한 감정을 선사하는 장소입니다. 과거에는 수많은 사람들을 태우고 내리게 했던 플랫폼이, 이제는 여행자의 발길을 조용히 맞이하며 기억과 여운이 가득한 여행지로 남아있습니다. 

 

1. 양원역 - 대한민국 유일의 도보만 가능한 지역

양원역은 강원도 인제군에 위치한, 국내에서 유일하게 도로가 없는 기차역입니다. 그 어떤 차량도 들어갈 수 없고, 오직 기차 또는 도보로만 접근 가능한 역이기 때문에 도보여행의 성지, 산속의 숨은 정거장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경의중앙선의 백두대간 협곡열차(V-train)가 잠시 정차하는 이곳은 옛 기차역의 감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주변에는 기찻길을 따라 걷는 경치 좋은 산책로와 오두막 숙소가 있습니다. 특히 이곳은 백패커, 자전거 여행자, 도보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기차역 바로 앞에는 작은 나무 간판과 평상, 그리고 포토존으로 꾸며진 대합실이 전부지만 그 단출함 속에서 도시에서 잊고 살았던 여유와 정적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방문 꿀팁은 백두대간 협곡열차 운행 시간표 확인이 필수입니다. 짐이 많으면 도보 접근이 어려울 수 있으니 백팩 스타일로 짐 구성을

합니다. 역 자체는 무인역이며 간단한 간식과 물은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승부역 - 협곡 속에서 만나는 그림 같은 풍경

승부역은 강원도 정선과 경북 봉화의 경계에 자리한 역으로, '백두대간 협곡열차'가 운행되는 동안 가장 인기 있는 정차역 중 하나입니다. 비록 상시 운행이 아닌 특별 노선 열차만 들르긴 하지만 그만큼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산속 작은 역'입니다. 특징은 단연 풍경입니다. 역에서 내리면 양옆으로 펼쳐진 산맥과 굽이치는 계곡, 그리고 철길 옆으로 난 좁은 길이 하나의 절경 스폿처럼 느껴집니다. 가을이면 온 산이 물들어 영화 속 배경이 되고, 겨울이면 설경이 덮인 역 주변은 고요한 설국의 한 장면처럼 변합니다. 이곳은 사실상 기능적으로는 폐역에 가까운 간이역이지만, 기차가 드물게 정차하며 관광 목적의 방문지로 활용되는 특수한 기차역입니다. 이곳에서는 인생샷을 남길 수 있는 철길 포토존이 있고, 강 옆을 따라 잠시 산책하거나 책을 읽기 좋은 조용한 쉼터가 있습니다. 그리고 근처 주민들과 대화하며 마을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고(현지 식당은 거의 없습니다.), V-train 또는 레일바이크와 연계한 반나절 여행 코스로도 인기입니다. 

 

3. 철암역 - 탄광 도시의 쇠퇴와 흔적을 품은 시간여행의 장소

강원도 태백시에 위치한 철암역은 한때 석탄 산업의 중심지였던 기차역입니다. 과거에는 석탄과 광부들을 실어 나르던 거대한 산업 인프라의 일부였지만, 현재는 운행 중단과 더불어 기능을 상실한 폐역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철암역 일대는 단순한 폐허가 아닌, 그 시대를 기억하는 박물관 같은 공간으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역사 앞에는 옛 화물 기차, 레일, 광부 조형물 등이 설치되어 있어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산업화의 빛과 그림자를 함께 보여줍니다. 철암역 바로 앞에는 '철암탄광역사촌'이 위치해 있는데, 실제 광부들이 살던 숙소와 공동 취사장, 빨래터 등을 복원해 그 시절의 삶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철암역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산업 유산 테마 사진 촬영, 탄광 마을 산책, 마을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 작은 카페에서의 휴식과 태백역 또는 추천 역과 연계한 철도 유산 코스 기획이 가능한 것입니다. 철암역은 비록 열차는 오지 않지만, 시간이 정지된 듯한 감정선과 산업 유산의 무게를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입니다.

 

결론

폐역 여행이 주는 진짜 의미는 머무름입니다. 빠른 이동, 편리함, 효율 이 모든 것을 담보로 우리는 '역'이라는 공간을 활용해 왔습니다. 하지만 폐역 여행은 정반대입니다. 움직임이 멈춘 공간에서, 나 자신은 오히려 천천히 걷고 더 깊이 느끼게 됩니다. 양원역에서 길 없는 곳을 걷고, 승부역에서 자연과 철길을 바라보며, 철암역에서 도시와 산업의 흔적을 되새기면서 우리는 비로소 여행의 진짜 속도를 되찾습니다. 이 세 곳은 단지 기차가 오지 않는 정거장이 아닙니다. 삶의 방향을 잃었을 때, 짧게 멈춰 설 수 있는 작은 쉼표 같은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