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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길거리 벤치 문화 탐방 : 일본, 프랑스, 독일, 미국, 한국

by damyul 2025. 6. 11.

벤치 관련 사진

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수많은 건물, 사람, 풍경에 둘러싸이게 됩니다. 이때 그 풍경을 천천히 바라보며 숨을 고를 수 있는 장소가 바로 길거리의 벤치입니다. 많은 여행자는 일정에 벤치를 포함하지 않지만, 벤치는 그 나라 도시민의 라이프스타일과 철학이 담긴 중요한 문화적 요소입니다. 

1. 일본 

일본은 공공 공간을 정성스럽게 가꾸는 걸로 유명합니다. 벤치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쿄, 오사카, 교토 등 대도시에서는 공원이나 주요 거리, 지하철 출구 인근에 정갈하게 배치된 벤치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 깨끗하게 관리되며, 거리와 간격도 일정하고 주변 쓰레기통이나 화분과의 배치도 미학적으로 고려되어 있습니다. 특히 일본 벤치는 대부분 혼자 앉기 좋은 구조로 되어 있어 타인과의 거리를 유지하며 쉴 수 있도록 디자인됩니다. 그들은 도시의 소음을 피할 수 있는 작은 쉼의 공간을 만들고 이곳에서 혼밥, 독서, 음악 감상 등을 즐깁니다. 여행자 입장에서도 가벼운 간식을 먹거나, 휴대폰을 확인하거나, 관광 중 짧게 쉴 수 있는 최적의 포인트가 됩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일본에서는 벤치 위에서 큰 소리로 통화하거나, 옆 사람과 과도하게 밀착하는 것을 비매너로 여긴다는 점입니다. 그만큼 벤치마저도 조용한 예절 공간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일본 벤치 문화의 특징입니다.

2. 프랑스

프랑스, 특히 파리의 벤치는 단순한 휴식처를 넘어 사교와 철학, 예술이 오가는 장소입니다. 튈르리 정원, 리히텐슈타인 공원, 생제르맹 거리 등 파리 곳곳의 벤치는 연인, 친구, 시인, 화가들이 모여 이야기하고 토론하고 사랑을 나누는 공간으로 기능합니다. 프랑스의 벤치는 양쪽에 팔거리가 없는 넓은 구조로 둘 이상이 앉아도 불편함이 없으며 등받이 각도도 안락하게 설계된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나무와 금속의 조화로 제작되어 클래식하면서도 도시 분위기와 잘 어우러집니다. 가로수 아래에 위치하거나, 강변을 따라 나란히 설치된 벤치는 풍경 속에 스며들 듯 존재합니다. 여행자 입장에서 파리의 벤치는 가장 아름다운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장소 중 하나입니다. 갓 산 바게트를 들고 앉아 도시를 바라보는 일은 프랑스식 여행의 낭만을 완성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다만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하며 가방은 항상 무릎 위나 다리 사이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3. 독일

독일의 도시들은 실용성과 효율성을 대표로 합니다. 이러한 기조는 공공 디자인에도 반영되어 있으며, 벤치 문화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베를린, 함부르크, 뮌헨 등 주요 도시의 벤치들은 기능성과 내구성에 초점을 맞춘 구도로, 디자인은 미니멀하지만 사용자 편의성이 높습니다. 특히 독일은 자전거 문화가 발달해 있기 때문에 벤치 옆에 자전거 거치대가 함께 설치된 경우가 많습니다. 또, 벤치 아래에 충전 포트가 있는 스마트 벤치와 태양광 패널이 있는 친환경 벤치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현대 기술을 접목한 디자인은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또한 독일 벤치는 주변 조경과의 조화도 중요시되며, 일부 벤치는 지역 예술가들이 디자인한 특수 제작물이기도 합니다. 여행자들은 시내 투어 중에도 길가에 앉아 로컬 맥주 한 병과 함께 도시를 감상하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다만 노숙자 보호 목적 등으로 인해 잠시 머무르기 위한 구조로 설계된 경우도 많아 오래 누워 있거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4. 미국

미국의 벤치 문화는 다양성과 개방성을 반영합니다. 특히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같은 도시에서는 공원이나 광장, 거리 곳곳에 다양한 목적의 벤치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어떤 벤치는 자연을 즐기기 위한 것이고, 어떤 벤치는 노숙인이나 취약계층을 위한 쉼터로도 기능합니다. 미국의 벤치는 단순히 앉는 장소가 아니라 도시 정책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일부 지역에서는 홈리스 문제와 관련해 벤치 디자인이 논쟁되기도 합니다. 팔걸이가 중간에 있어 눕지 못하게 한 안티 홈리스 벤치, 반대로 누울 수 있게 디자인된 인권 중심 벤치 등이 그 예입니다. 여행자 입장에서는 센트럴파크, 유니언 스퀘어, 산타모니카 비치 등의 벤치가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인종, 문화, 연령층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거나 노트북을 열고 작업하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벤치는 단순한 가구가 아니라, 미국의 자유와 다양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거리의 요소로 볼 수 있습니다.

5. 한국 

한국의 벤치는 최근 10년간 도시재생 사업과 함께 급격히 변화해 왔습니다. 예전에는 단순한 시멘트 블록 벤치나 나무판 구조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디자인적 요소와 커뮤니티 활용성이 강조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 부산, 대구 같은 대도시에서는 벤치를 통해 시민들의 참여형 공간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계절과 기후의 영향도 많이 받습니다. 여름에는 그늘진 곳이나 선풍기가 달린 벤치가 인기이고, 겨울에는 따뜻한 온열 벤치가 시범 도입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스마트벤치가 등장해 와이파이 제공, 충전기 내장, 온도 표시 기능까지 갖춘 첨단 벤치가 보급 중입니다. 여행자들은 한강 공원, 서울숲, 전주 한옥마을, 경주 보문단지 등에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벤치를 쉽게 만날 수가 있습니다. 이 벤치들은 단순히 휴식 공간을 넘어, 사진을 찍거나 도시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장소로도 활용됩니다. 최근에는 인스타그래머블 포인트로서 벤치가 주목받기도 하며 디자인적 가치도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마무리

길거리 벤치는 단지 피곤할 때 잠시 쉬는 장소가 아닙니다. 그것은 그 도시의 성격, 시민들의 삶, 정책의 방향까지 담아내는 문화적 창구입니다. 일본에서는 조용히 혼자 쉬는 문화, 프랑스에서는 대화를 나누는 공간, 독일에서는 기술과 실용의 미학, 미국에서는 다양성과 사회적 이슈, 한국에서는 커뮤니티와 도시재생의 상징으로 기능합니다. 여행 중 벤치를 찾는 시간은 잠시 멈췄다가 가는 것입니다. 벤치에 앉아 도시를 천천히 바라보고 주변 사람들의 표정과 일상을 관찰해 봅니다. 그런 시간을 통해 우리는 더 깊은 여행, 사람 중심의 여행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