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 가장 당황하기 쉬운 순간 중 하나는 무료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경우입니다. 특히 식당에서의 물 리필, 음료 리필, 호텔 어메니티 추가 요청 등은 국가별 문화 차이가 크게 드러나는 영역 중 하나입니다. 잘 알지 못하면 불필요한 요금을 낼 수 있고 심하면 실례가 되기도 합니다.
1. 식당에서의 물 리필 문화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혼동하는 것이 바로 식당에서 제공되는 물의 유무와 리필 가능 여부입니다. 한국과 일본처럼 기본적으로 물이 무료로 제공되는 문화가 있는가 하면, 유럽처럼 물도 하나의 음료로 간주되어 비용이 청구되는 나라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레스토랑에서 정수된 물(Tap Water)이 무료로 제공되며 요청 시 얼음물로 서빙해 줍니다. 추가 리필도 자유롭고 자동으로 채워주는 경우도 많아 친숙합니다. 반면에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생수를 주문해야 하며 가스가 든 탄산수(Sparkling) 또는 일반 생수(Still) 중 선택해야 합니다. 병당 가격이 붙기 때문에 리필이라는 개념은 거의 없고 새로 주문해야 합니다. 따라서, 유럽에서 식사를 하게 될 경우 Can I get tap water? 또는 Eau du robiner, s’il vous plaît(프랑스어)처럼 수돗물을 요청하는 표현을 정확히 알고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부 고급 레스토랑은 아예 수돗물을 제공하지 않거나 꺼려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2. 음료 무한 리필 VS 1회 한정
음료 리필 문화는 나라뿐 아니라 브랜드나 업종에 따라도 달라집니다. 특히 패스트푸드 매장이나 버거 체인, 일부 카페에서는 무한 리필 여부가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에 혼동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패스트푸드점(맥도날드, 버거킹, 웬디스 등)은 셀프 리필 시스템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음료컵을 구매하면 기계에서 원하는 음료를 직접 따라 마시고 자유롭게 리필이 가능합니다. 일부 카페나 일반 레스토랑에서도 Free Refill이라고 명시되어 있으면 커피, 아이스티, 탄산음료 등에 한해 추가 비용 없이 리필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일본이나 유럽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음료 리필이 거의 불가능하며 추가 음료 주문은 별도 비용이 부과됩니다. 일부 프랜차이즈(예 : 스벅 일본 지점)는 특정 조건하에 아이스커피 리필을 저렴하게 제공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무한 리필은 낯선 개념입니다. 따라서 여행 시에는 리필 가능 여부를 주문 전 직원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3. 호텔 어메니티 : 무료인지 유료인지 확인
호텔에서는 샴푸, 컨디셔너, 바디워시, 치약, 슬리퍼, 생수 등 다양한 어메니티를 제공하는데, 이 역시 호텔 등급과 국가별 문화에 따라 리필 정책이 다릅니다. 미국과 유럽의 중급 이상 호텔에서는 대부분 일회용 어메니티가 객실 내 기본 제공되며, 청소 요청 또는 프런트에 문의 시 추가 제공이 가능합니다. 다만, 최근에는 플라스틱 쓰레기 감소 캠페인의 일환으로 일부 호텔에서 리필 스테이션 방식을 도입하고 있어 욕실 벽에 고정된 대용량 디스펜서 형태로 제공되기도 합니다. 이 경우 리필은 하우스키핑에 의해 자동으로 이루어지며 요청하지 않아도 됩니다. 일본의 비즈니스호텔은 어메니티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풍부하게 제공되며 프런트 옆 바구니에서 셀프 선택하는 시스템이 많습니다. 추가 요청 시에도 무료 제공이 기본이며, 요청이 정중하게 받아들여집니다. 반면, 유럽의 저가 호텔이나 호스텔에서는 수건과 샴푸조차 유료인 경우가 많으므로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리필 여부와 함께 생수 병 리필 정책도 확인해야 합니다. 고급 호텔은 1~2병까지 무료로 제공되며, 추가 요청 시 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냉장고의 생수는 대부분 미니바 요금으로 간주되어 별도 과금되므로, 일반 생수는 프런트에 요청하거나 외부에서 구입하는 것이 경제적입니다.
4. 리필이 가능한 공공장소 - 공항, 박물관, 관광지
현대적인 도시에는 친환경적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리필 가능한 정수기와 음수대를 공공장소에 설치하고 있습니다. 여행자들이 이 점을 활용하면 현지 생수 구매 비용을 줄이고, 쓰레기를 줄이는 친환경 여행도 실천할 수 있습니다. 미국, 캐나다, 호주, 독일 등 선진국 공항이나 박물관, 대형 도서관에서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무료 정수기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일부 공항에서는 정수기 옆에 병 세척 공간까지 마련되어 있어 재사용이 편리합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 도쿄 하네다공항,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 등도 대표적인 리필 친화적 공항입니다. 반면, 동남아시아나 중남미 일부 국가에서는 수돗물을 마시는 것이 불안하거나 아예 정수기 시스템이 없는 경우도 있으므로, 현지의 수돗물 음용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공공장소에서의 리필이 자유롭지 않은 경우엔 생수를 사거나 호텔에서 준비한 물을 가져가는 것이 더 안전할 수 있습니다. 요즘엔 리필맵(RefillMyBottle, Tap 등)이라는 앱을 통해 근처 리필 가능 장소를 확인할 수 있으니 리필 가능한 여행을 꿈꾼다면 이런 앱도 함께 활용하면 됩니다.
5. 오해 : 여행자들이 조심할 점
해외 리필 문화는 단순히 비용 문제가 아니라 현지의 서비스 관념과 손님 예절의 차이로도 해석됩니다. 따라서 리필이 가능한 지역이라도 너무 무리하거나 반복적으로 요청하는 경우엔 불쾌함을 줄 수 있고 반대로 리필이 당연하지 않은 지역에서 무심코 요청하면 실례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나 프랑스에서는 테이블당 생수 1병을 주문하는 것이 기본예절로 여겨지며, 더 이상 주문하지 않고 Can I get more water?라고 말하면 실례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미국에서는 계속 채워주는 것이 일종의 서비스이기 때문에 요청이 없어도 직원이 알아서 물을 채워줍니다. 호텔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생수 1병이 매일 무료 제공된다고 해서 청소할 때마다 2~3병을 요구하는 것은 과한 요청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일부 호텔에서는 추가 요금을 붙일 수도 있습니다. 리필 문화는 무한 제공이 아니라, 적절한 소비와 상호 존중이 바탕이 되어야 하므로 현지 문화를 이해하고 예의 있게 요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
리필 문화는 작지만 큰 문화 차이를 느끼게 하는 부분입니다. 물 한 잔, 음료 한 모금, 샴푸 한 통에 담긴 각 나라의 서비스 방식과 가치관은 우리가 그 나라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무심코 요청하거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서비스도 타국에서는 특별한 요금이 붙거나 예절 위반이 될 수 있으니 사전 정보 확인은 필수입니다. 여행 전에 간단히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해당 국가의 리필 가능 여부, 호텔 제공 어메니티 범위, 공공 정수기 유무 등을 파악해 봅시다. 여행 비용을 줄이고, 친환경적인 습관을 실천하는 데에도 리필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